Lonely Traveler

나의 일본 여행기 #3

BlueSpace 2007. 7. 30. 03:40
셋째날 일정은 에비스 맥주 박물관 관람, 펜탁스 포럼 방문, 지브리 박물관 관람, 용수네 PC방 찾아가기 이 정도로만 했다.
왜 이렇게 간단하게 했냐하면 일단 지난 이틀동안 너무 돌아다녀서 지쳤다는 것
그리고 이젠 가이드 해줄 사람없이 혼자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사실 많이 걱정됐다. 집 못찾아오면 어쩌나...


지브리 박물관 관람은 철저히 예약제다. 미리 지인에게 부탁하여 관람을 예약을 해둔 덕택에 편히 보러갈 수 있었다. 입장료는 1,000엔이며, 예매는 Lowson 편의점에서 할 수 있다.


일본의 전철은 국철과 몇개의 사철로 나눠져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은 표를 끊는 것 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돈이 좀 들긴 하지만 1일 전철 패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여간 돌아다니지 않고서야 1,580엔이라는 본전을 뽑긴 힘들지만 표를 끊는 시간이나 귀찮음을 생각하면 여행객에겐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1일 패스는 말 그대로 사용한 그날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한 날을 표시하기 위하여 월, 일 부분을 동전으로 긁어서 표시하게 되어 있다.


에비스에 내려 안내 약도를 보고 맥주 박물관을 향했다. 가는 동안 이쁜 건물이 많았다.



가는 동안 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신발이며 바지며 흠뻑 젖어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가까운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볶음 요리와 밥이었는데, 배가 고파서인지 음식이 내 입맛에 맞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식당을 나설 때도 비는 그칠 것 같지 않아서 에비스 맥주 박물관은 포기하기로 하고 신주쿠로 향했다.


저 멀리 구름을 뚫고 서있는 건물이 바로 도쿄도 청사 건물이다.


도쿄도 청사 무료 전망대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층수 버튼은 오직 3개다. 실제로는 1층과 45층 2개라고 보면 된다.




날씨만 좋았으면 하고 원망스러운 풍경이었다.
 
전망대는 꽤 넓었으며, 간단한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1층 특산물 코너에서 팔고 있는 세공 유리잔. 정말 이쁘긴 하지만 가격이 좌절이다. -.-
1층에는 도쿄 안내 지도와 유인물을 무료로 받아 갈 수 있으니 안내 책자가 없을 경우 이용하면 유용하다. 물론 한글로 된 자료도 있다.


펜포 분께 알아낸 펜탁스 포럼이 있는 신주쿠 센터 빌딩으로 향했다. 펜포 인디안밥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찾았다. 없어진 줄 알았건만... 그런데 이름이 Pentax Square다.
보이는 앞쪽은 펜탁스 쇼룸이고, 그 왼쪽 공간은 전시장인데 이 날은 에베레스트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수많은 스타, 리밋 렌즈들. 아쉽게도 135 포맷 스타 렌즈는 보이지 않았다.


K10D Camera Grandprix 수상 상패와 DA* 50-135 렌즈.
매장 직원에게 부탁하여 DA* 50-135 렌즈를 마운트 해보았는데, 크기에 비해 가벼웠다.
내 GX-10 이 SDM을 지원하지 않아서 인지 여전히 바디에서 포커싱을 하느라 모터 소리는 여전했고, 포커싱 속도도 그리 나아져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신주쿠 공원에 잠깐 들렸다. 참고로 신주쿠 공원은 일본에서 최초로 지정된 공원이라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 본 기공 치료 장면. 거리에서도 이런 걸 종종 하나 보다.


우여곡절 끝에 나카노에 도착, 역에서 헤메려는 찰나 지브리 박물관 전용 버스를 발견하고 버스에 올랐다. 걸어서 15분 거리라는데 버스를 타보니 훨씬 더 걸릴 것 같았다.

나카노에 올때까지 좀 헤멘 탓에 입장 시간인 4시를 훨씬 넘긴 4시 50분에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 예약한 티켓을 보여주고 입장권으로 교환해야 하는데 특이하게도 입장권은 셀 필름 조각이다. 내가 받은 입장권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사용된 필름 조각이었다.

영어로 좀 늦었다고 얘기하니 괜찮다며 그냥 들여보내 주었다. 늦었다고 안들여보내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박물관 바깥은 마치 식물원에 온 것 처럼 갖가지 꽃과 나무들로 둘러싸여 도시와는 완전히 격리된 평화로움을 주고 있었다.

박물관 건물 안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된 여러가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1층에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곳도 있었다.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었다.

3층에는 기념품 판매장이 있었는데, 고가에도 불구하고 각종 기념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라퓨타에 나오는 거신병. 지브리 박물관의 수호신 처럼 꼭대기에서 지키고 서 있다.







지브리 박물관에서 나카노로 가기 위해 다시 전용 버스를 타야 한다.
이곳에서 승객들을 통제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감동이다. 2명이서 앞 뒤에서 오가는 행인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버스에 오르게 한다. 인근 지역 주민에게 지브리 박물관 시설로 인한 어떠한 불편함도 끼치지 않겠다는 그런 목적인 것 같은데 아무튼 대단했다.


용수를 만나기 위해 나카노에서 신오쿠보로 향했다. 사실 용수에게 전혀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아서 사전에 간다는 연락을 한 것도 아니라 꼭 볼 수 있을거라는 확신도 없었지만 일단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용수가 일하는 PC방을 찾아가는건 너무 막막했다. 내가 아는건 PC방 홈피에 나와있는 간단한 약도 뿐이었다. 신오쿠보 역을 나오니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역 주위를 조금 헤메고 나니 어느 방향인지만 대충 알 수 있을 뿐이었지만 이것도 맞을 거란 보장이 없기에 1시간 정도만 찾아보고 못찾으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아무 생각없이 큰 길을 따라 쭈욱 가고 있는데, 약도에 나오는 100엔 샵이 보였고, 가까운 곳에 빠징고도 있길래 찾았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다 작은 골목길이 나오는데 나는 설마 이게 토마토 토오리 일까 생각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토마토 PC방이 보이는 게 아닌가. 빙고!

3층에 올라가니 카운터에 알바 직원이 보였다. 한국인이 많이 오는 곳이라 들어서 한국 사람일거란 생각에 한국말로 친구 찾아왔다고 하니 용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돌아가려고 하는데 안에 있다고 잠시 기다려 보라고 해서 기다렸더니 용수가 나타났다.

5년만에 보는 녀석은 예전보다 더 말랐고, 머리도 더 짧고, 더 까맣게 보였다. 그 새 일본 여자친구랑 식을 올려서 같이 살고 있고, 다음달이면 애기도 나온단다. 내년엔 한국에서 다시 식을 올릴거라는데...
암튼 이렇게 친구를 만나 2시간 가까이 얘기를 하고 나오는데, 좀전에 본 카운터 알바가 프로게이머 쌈장 이기석이란다. 싸인이라도 받아 둘껀데 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서...


용수를 만나고 가는데 아직 일본에서 라멘을 못 먹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라멘집에서 무슨 라멘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간장이 좀 들어 갔을만한 것을 시켰다.
주문은 성공이었다. 약간 기름기는 있었지만, 진한 간장맛 국물이 나 같은 한국인에게도 잘 맞는 것 같았다. 면도 꼬들꼬들하고 양도 적당했다. 얼마나 국물이 맛있었는지 스푼으로 거의 다 떠먹어버릴 정도 였다.


1일 패스 본전을 뽑기 위해, 이제 일본 전철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 김에 하라주쿠로 향했다. 젋은 이들의 거리, 패션의 거리라고 했지만 역 주변은 그리 번화가 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젠장. 늦게 갔더니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거나 닫고 있었다.




그나마 아직 가게 문을 열어놓은 곳들.


다시 우에노로 향하는 전철을 타고, 이 날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