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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포인트와 '가능한 한 빨리' vs. '명확한 마감일' - 예병일의 경제노트

상황1 : "존슨 사관생도, 내일 2시까지 맥아더의 명언을 암기하기 바란다. 만약 완벽하게 암기하지 못할 것 같다면 적어도 5시간 전에 내게 보고하길 바란다."
다음 날 존슨 생도는 그 임무를 정확한 시간에 해냈다.
 
상황2 : "존슨 사관생도, 맥아더의 명언을 최대한 빨리 암기해라."
다음 날, 존슨 생도는 병원에 다녀와야 했고, 게다가 7시간이나 걸리는 숙제를 하느라 명언을 암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했다. (224p)
 
프레스턴 피시 지음, 강혜구.강예원 옮김 '웨스트포인트처럼 하라' 중에서 (흐름출판)
이 책을 보고 20여년 전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대학 3학년 때인 1986년 한미 국회 학생교환 프로그램으로 미국 의회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가보았던 미육군사관학교는 흥미로웠습니다. 건물 벽에 걸려 있던 'Beat The Navy!'라고 쓴 커다란 플랭카드에서 육사와 해사의 뜨거운 라이벌 의식을 보고 웃음 짓기도 했습니다. 그 때 만났던 한국계 3학년 웨스트포인트 여자 생도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저자는 '가능한 한 빨리'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예전 경제노트에서도 몇번 드린 말씀이지만, 저도 동의합니다. 좋은 표현이 아니지요. 특히 리더라면 이런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는 안됩니다. 말하는 리더의 생각과 그 말을 듣는 부하직원의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사례가 전형적으로 그런 경우입니다.
 
어디 리더가 부하직원에게 말할 때만 그렇겠습니까. 자기 자신에게 말할 때는 더 중요할 겁니다. 목표를 세웠으면 자신에게 '마감일'을 명확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라는 애매한 말로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힘들어집니다. 저부터 이 문제를 다시 점검해보아야겠습니다.